![]() ‘2026 농가 맞춤형 브랜드 향상 교육’ 수료생들이 자신의 브랜드를 들고 기념사진을 촬영하고 있다. |
강진군농업기술센터가 지난 4월 6일부터 22일까지 진행한 '2026 농가 맞춤형 가치향상 브랜드 개발 교육'이 8개 농가의 개성 있는 브랜드 결과물을 남기며 성공적으로 마무리됐다.
이번 교육은 단순히 로고나 포장지를 예쁘게 만드는 과정이 아니었다.
농가 스스로 자신이 생산한 농산물의 가치와 철학을 정리하고, 소비자에게 어떤 이미지로 다가갈 것인지 고민하며, 실제 판매 현장에서 활용 가능한 브랜드 자산을 구축하는 실전형 교육이었다.
교육은 시우디자인학교 노시우 대표의 지도로 2회차, 총 6일간 진행됐다.
1단계에서는 브랜드의 개념과 네이밍 전략, 농가별 핵심 콘셉트 도출, 명함 디자인 등이 이뤄졌고, 2단계에서는 포장재 디자인과 상품 구성, 상표출원 절차까지 이어졌다.
특히 교육생들은 자신의 농산물과 삶의 이야기를 바탕으로 브랜드 이름과 문구, 색상, 패키지 방향을 직접 정리하며 '내가 생산한 제품은 내가 디자인한다'는 브랜드 자립의 첫걸음을 내디뎠다.
마지막 품평회 현장에서는 8개 농가의 브랜드 결과물이 공개됐다. 농가마다 품목도, 사연도, 지향점도 달랐지만 공통점은 분명했다. 모두가 자신만의 이야기를 브랜드 안에 담았다는 점이다.
◇다산명가, 강진의 역사와 전통을 한 장의 로고에 담다
국령애 대표의 '다산명가'는 강진 농산물이 지닌 전통성과 품격을 강조한 브랜드다.
쨈과 장아찌 등 다양한 품목을 하나의 브랜드 체계로 묶어낼 수 있도록 디자인 방향을 정리했고, 다산 정약용의 친필에서 가져온 '食' 자를 로고에 반영해 강진만의 역사성을 살렸다.
'다산명가'는 단순히 오래된 이미지를 차용한 브랜드가 아니다.
강진이라는 지역이 가진 문화적 자산과 농가의 정성을 결합해, 소비자가 제품을 접하는 순간 '강진에서 온 믿을 수 있는 먹거리'라는 인상을 받을 수 있도록 구성됐다.
여러 품목에 확장 가능한 통합 디자인을 마련했다는 점에서도 향후 상품화 가능성이 높다는 평가를 받았다.
◇다산애차, 기존 자원을 살려 실용성과 품격을 함께 잡다
박점자 대표의 '다산애차'는 차에 담긴 정성과 깊이를 표현하면서도, 기존 포장재를 보완해 활용하는 실용적인 브랜딩이 돋보였다.
새롭게 모든 것을 바꾸기보다 현재 사용 중인 자원을 어떻게 더 품격 있게 정돈할 수 있는지에 초점을 맞췄다.
브랜드명에는 다산의 고장 강진에서 생산되는 차에 대한 애정이 담겼다.
패키지 디자인은 차가 가진 차분함과 전통적 이미지를 살리면서도 소비자가 선물용이나 일상용으로 부담 없이 선택할 수 있도록 정돈됐다.
교육 과정에서 박 대표는 제품의 본질을 해치지 않으면서 브랜드 이미지를 개선하는 방향을 모색했고, 그 결과 기존 생산 기반과 새 디자인이 자연스럽게 연결되는 브랜드를 완성했다.
◇만경다설, 나무절구로 찧은 떡차의 이야기를 브랜드화하다
백영숙 대표의 '만경다설'은 전통 제조 방식의 가치를 브랜드 정체성으로 끌어올린 사례다.
백 대표는 나무절구로 찧어 만드는 떡차의 특징을 설명하며, 옛 방식이 단순한 과거의 흔적이 아니라 제품의 차별성을 만드는 핵심 요소임을 보여줬다.
교육 현장에서도 '절구떡차'라는 표현이 언급될 만큼, 만경다설의 브랜드에는 전통 도구와 손맛의 이미지가 강하게 담겼다.
소비자에게 제품 설명을 길게 하지 않아도, 포장만으로 '손으로 빚은 차', '전통 방식으로 만든 차'라는 이미지를 전달할 수 있다는 점이 강점이다.
◇수향진, 7년의 고민 끝에 완성한 '꿀에 대한 진심'
윤치열 대표의 '수향진'은 이번 교육에서 브랜드 전환의 의미가 가장 뚜렷하게 드러난 사례 중 하나다. 윤 대표는 그동안 급하게 만든 이름과 디자인을 7년간 사용해 왔지만, 본격적인 출발을 앞두고 자신의 양봉 철학을 제대로 담을 수 있는 브랜드가 필요하다고 느껴왔다.
이번 교육을 통해 완성된 '수향진'은 기존 상호인 '수향'에 '진심'과 '진실성'의 이미지를 더해 안정감 있는 브랜드로 정리됐다. 윤 대표는 품평회에서 "이 브랜드로 데뷔한다"고 표현하며, 자신의 제품이 새롭게 시장에 나서는 출발점이 됐다고 밝혔다.
특히 '내 진심이 여기에 들어 있다'는 윤 대표의 말처럼, 수향진은 단순한 꿀 브랜드가 아니라 생산자의 신뢰와 태도를 전면에 내세운 브랜드다. 고급형 제품군으로 확장할 수 있는 방향성도 함께 마련돼, 향후 프리미엄 꿀 브랜드로 성장할 가능성을 보여줬다.
노시우 대표 역시 "대표님의 생각이 없으면 디자인은 나올 수 없다"며 "생산자가 가진 생각과 진심이 담겼기 때문에 이 브랜드는 대표님이 디자인한 것"이라고 평가했다.
◇비팜학교, 꿀벌의 가치를 아이들에게 전하는 찾아가는 체험 브랜드
윤서영 대표의 '비팜학교'는 수향진과 연결되면서도 독립적인 교육 브랜드로 설계됐다. 윤 대표는 아버지의 양봉농장 기반을 바탕으로, 학교를 찾아가 꿀벌과 농업의 중요성을 알리는 체험 교육을 준비하고 있다.
브랜드명 '비팜학교'에는 벌과 농장, 교육의 의미가 함께 담겼다. 윤 대표는 자신을 '교장'으로 설정하고, '찾아가는 체험 학교'라는 슬로건을 붙여 교육프로그램의 성격을 명확히 했다. 디자인은 벌을 떠올리게 하는 색감을 사용하되, 아버지의 브랜드인 수향진과 통일감을 줄 수 있도록 갈색 계열을 반영해 가족 브랜드로서의 연결성도 살렸다.
품평회 현장에서는 꿀벌 교육의 공익적 가치에 대한 공감도 이어졌다. 참석자들은 꿀벌이 농업의 근간이자 생명의 기본이라는 점을 강조했고, 최영아 소장은 아이들에게 꿀벌의 중요성을 알리는 시도에 대해 의미 있는 교육이라고 격려했다. 비팜학교는 농산물 판매를 넘어 농업의 가치를 교육 콘텐츠로 확장한 사례로 주목된다.
◇봄애봄, 첫 블루베리 출하를 앞둔 농가의 산뜻한 출발
김경섭 대표의 '봄애봄'은 올해 첫 블루베리 생산을 앞두고 완성된 브랜드다. 김 대표는 본격적인 출하를 준비하는 시점에 맞춰 포장지와 택배 패키지, 상품 크기별 구분 방식까지 한 번에 정리했다.
'봄애봄'은 김 대표가 평소 사용하던 닉네임에서 출발했다. 원래 '봄봄'이라는 이름으로 활동해 왔지만, 상표등록 가능성과 브랜드 확장성을 고려해 '봄애봄'으로 다듬어졌다. 이름 안에는 봄의 생동감과 블루베리의 신선함이 자연스럽게 담겼다.
디자인 역시 밝고 건강한 이미지가 강조됐다. 글자 구성과 색감은 소비자에게 산뜻하고 깨끗한 인상을 주도록 정리됐고, 택배 배송 시에도 브랜드가 잘 드러날 수 있도록 패키지 체계가 마련됐다. 김 대표는 "올해 처음 생산하는데 딱 필요한 교육이었다"며 "포장 크기에 따라 구분할 수 있도록 전체적인 패키지가 나와 좋다"고 만족감을 전했다.
◇진성농, 마을 어르신들의 농산물까지 함께 품는 상생 브랜드
김동화 대표의 '진성농'은 개인 농가의 브랜드를 넘어 마을 공동체의 농산물을 함께 책임지겠다는 상생의 마음이 담긴 브랜드다. 김 대표는 자신이 생산한 농산물뿐 아니라 주변 어르신들의 농산물도 함께 포장하고 판매할 수 있는 구조를 고민해 왔다.
브랜드명 '진성농'에는 '진실하고 성실한 농부'라는 의미가 담겼다. 김 대표는 디자인 과정에서 진실성과 성실함이 느껴지는 이미지를 요청했고, 이를 바탕으로 판매 현장에서 활용 가능한 실용적인 패키지 방향이 제시됐다.
특히 투명 비닐 포장에 스티커나 일부 인쇄 요소를 적용하는 방식 등 현실적인 제작 방법까지 논의됐다. 이는 소규모 농가가 초기 비용 부담을 줄이면서도 브랜드 이미지를 살릴 수 있는 방법이라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진성농'은 농가의 진심을 소비자에게 전달하는 동시에, 지역 내 고령 농가와 함께 성장할 수 있는 가능성을 보여줬다.
◇꽃피는 강진, 지도와 장미로 온라인 시장을 겨냥하다
이경철 대표의 '꽃피는 강진'은 강진의 지리적 이미지와 꽃의 상징성을 결합한 브랜드다. 이 대표는 꽃, 특히 장미를 중심으로 한 상품 판매를 준비하며 온라인 시장에서 경쟁력 있는 이름과 심볼이 필요하다고 판단했다.
브랜드 디자인에는 강진 지도와 장미가 함께 활용됐다. 지역명을 전면에 내세운 '꽃피는 강진'이라는 이름은 강진의 따뜻한 이미지와 꽃 상품의 아름다움을 동시에 전달한다. 이 대표는 여러 이름을 검토한 끝에 이 이름이 가장 잘 어울린다고 판단했고, 지도와 꽃을 심볼화해 브랜드 인지도를 높일 수 있는 방향으로 정리했다.
온라인 판매에서는 첫인상이 중요하다. 소비자는 상품을 직접 보기 전 이미지와 이름, 패키지를 통해 구매 여부를 결정한다. '꽃피는 강진'은 지역성과 상품성을 한눈에 보여주는 브랜드로, 향후 온라인 판매와 택배 상품화에 적합한 사례로 평가됐다.
◇"밋밋한 택배 박스가 명품 패키지로"… 농가의 자신감이 달라졌다
이번 교육의 가장 큰 성과는 결과물 자체보다 농가의 인식 변화에 있다. 교육생들은 브랜드가 전문가만의 영역이 아니라, 자신이 생산한 농산물의 가치를 가장 잘 아는 농부가 직접 참여해야 완성될 수 있다는 점을 체감했다.
수료식 현장에서는 "밋밋했던 택배 박스가 명품 패키지로 바뀌는 과정을 보며 자신감을 얻었다"는 반응이 이어졌다. 브랜드 이름을 정하고, 문구를 다듬고, 포장재를 구성하는 과정은 농가에게 단순한 디자인 작업이 아니라 자신의 농산물을 다시 바라보는 계기가 됐다.
노시우 대표는 "농민 스스로가 자신이 생산한 브랜드의 가치를 가장 잘 표현해 냈다"며 "디자인은 겉모습을 꾸미는 일이 아니라 농부의 생각과 진심을 시각화하는 과정"이라고 말했다.
◇교육에서 상품화로, 강진 농산물 브랜드의 다음 단계
강진군농업기술센터는 이번 교육에서 개발된 브랜드들이 실제 농가 소득 향상으로 이어질 수 있도록 사후 지원 방안을 모색할 계획이다. 포장재 제작, 상품화, 온라인 판매, 홍보물 제작 등 후속 지원이 이어질 경우 이번 교육의 성과는 현장에서 더욱 큰 힘을 발휘할 것으로 기대된다.
최영아 강진군농업기술센터 소장은 수료식에서 “오늘 개발한 디자인이 묻히지 않고 실제 상품으로 이어졌으면 좋겠다”며 “농가들이 만든 브랜드가 잘 활용돼 강진 농산물의 경쟁력을 높이는 계기가 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이어 “교육생들이 주변에도 좋은 교육 사례를 많이 알려, 더 많은 농가가 브랜드의 중요성을 인식했으면 한다”고 덧붙였다.
이번 교육은 강진 농업이 나아가야 할 방향을 보여준다. 이제 농산물 경쟁력은 품질만으로 결정되지 않는다. 누가 만들었는지, 어떤 철학을 담았는지, 소비자에게 어떤 이미지로 전달되는지가 중요하다.
강진의 농부들은 이번 교육을 통해 자신의 농산물에 이름을 붙이고, 이야기를 담고, 시장에서 통할 수 있는 얼굴을 만들었다. '다산명가'의 전통, '다산애차'의 품격, '만경다설'의 손맛, '수향진'의 진심, '비팜학교'의 교육적 가치, '봄애봄'의 신선한 출발, '진성농'의 상생, '꽃피는 강진'의 지역성은 모두 강진 농업의 새로운 가능성을 보여준다.
농산물은 이제 단순히 생산되는 것이 아니라, 이야기와 디자인을 입고 소비자에게 다가간다. 강진군농업기술센터의 이번 브랜드 개발 교육은 그 변화의 출발점이 됐다. 강진 농산물이 품질을 넘어 브랜드로 승부하는 시대, 그 새로운 얼굴들이 이제 시장을 향해 첫걸음을 내딛고 있다.
박인석 기자 aihnnews@kakao.com
2026.05.04 (월) 10:35















